나. 조계산 등반
호남의 3대 명산으로 손꼽는 순천의 조계산(887m)! 이 산의 동남쪽 초입에 자리 잡은 태고종 총림 선암사! 백제 성왕 때(542년) 아도화상이 창건했고 고려 초기 대각국사 의천이 대찰로 키웠다. 이후 숱한 전란과 화재를 겪으면서 많은 건물들이 소실되어 지금은 20여동의 당우만 남아 있다. 가람 배치가 우아하고 고유 양식을 많이 간직하고 있어 '만다라''아제아제 바라아제'등을 촬영되기도 했다.
365일 꽃이 지지 않는 산사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절은 우리나라 최고의 화장실인 뒷간(해우소)과 800년 전통의 야생 차밭, 그리고 자연석을 무지개처럼 이어놓은 승선교(보물 400호)가 으뜸이다. 특히 뒷간은 정호승 시인의 시로 더더욱 유명한 곳인데...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고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해우소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으면/죽은 소나무 뿌리가 기어다니고/목어가 푸른 하늘을 날아다닌다/풀잎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딱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눈물이 나면 걸어서라도 선암사로 가라/선암사 해우소 앞/등굽은 소나무에 기대어 통곡하라/
가을의 산사는 만 가지 시름을 한꺼번에 벗은 듯 아주 평안하다. 이 멋스런 고풍에다 휘돌고 굽이치는 산문 길이 여유로워 좋고 때깔 좋은 단풍이 이리도 화려하니 말이다.]
조계산 서쪽의 승보사찰 송광사 역시 80여동의 당우를 거느린 거찰로 양산의 통도사,합천의 해인사와 더불어 삼보사찰로 꼽힌다. 절의 보물은 역시 스님. 800년 전 보조국사 지눌이 타락한 불교를 쇄신하기 위해 정혜결사(定慧結社)를 벌인 이후 16명의 국사를 배출한 대가람이다. 역대 국사들의 영정을 봉안한 국사전(국보 56호) 등 국보 3점과 보물 13점이 자랑거리. 호쾌하고 남성적이면서도 꼿꼿한 기품이 절 전체에 배어 있다.
산행 코스는 선암사매표소-선암사-대각암-형남절터-조계산 장군봉~작은굴목재-비로암-선암사로 정했다.
선암사매표소를 입장하면 계곡 따라 활엽수림이 이어지고 승선교와 강선루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계곡으로 내려서서는 깊은 가을을 느낀다. 4분쯤 더 올라 작은 연못(삼인당)과 일주문을 지나면 고색으로 만날 수 있다. 선암사 경내로 들어서면 진행방향 정면으로 대웅보전이 있고, 왼쪽으로 그 유명한 뒷간이 있다. 대웅보전 오른쪽 뒤편 오솔길은 꽃뜰 선암사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곳. 300년 수령의 철쭉과 600년의 홍매화도 볼 수 있으며, 그 너머 산자락엔 800년 된 야생차밭이 있다.
선암사에서 시간이 지체되어 빨리 이동하자고 재촉해서 유명한 뒷깐을 지나 겨우 등산로에 접어든다. 대각암 옆으로 난 좁은 등산로를 오르는 동안 등산로 주변은 내내 키작은 조릿대군락이 이어진다. 제법 가파른 등산이 이어진다. 쉼터에서 쉬는 동안 산객으로부터 나 혼자만 얻어먹은 조그마한 배 한 조각은 무지 시원하고 달콤해서 그 맛은 잊을 수 없다. 산길을 오르다가 절터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사탕 몇 알을 얻어먹으면서 쓴 입맛을 달랬다.
조계산 정상인 장군봉까지 계속해서 제법 가파른 길이 연속된다. 배고픈 터에 다행히 하산객으로부터 초코렛 몇 개와 귤 2개, 그리고 약간의 물을 구걸하는 행운을 얻어 흡족한 마음으로 산행이 계속되어 장군봉에 도달했다. 장군봉에서 몇 장 기념촬영을 하고는 그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서 콩알 만 한 떡 몇 조각을 나눠먹으면서 허기를 달래었다. 하산길 10여분 정도에서 만난 배바위는 로프를 타고 오를만큼 경사가 있는 편이다. 먼저 올라가 있던 사람이 큰 소리로 여기 올라와 보고가시라는 권유를 한다. 배바위에 올라 조계산의 가을을 조망하니 단풍은 앤지 설익은 듯 하고 왼편 아래로 가마득한 곳에 선암사가 전경이 조그맣게 보인다. 작은 굴목재를 거쳐 비로암 아래의 샘터에서 휴식을 취한 후 남도음식축제를 한껏 기대하며 굶주린 배를 겨우 달래가며 선암사를 거쳐 낙안읍성! 으로 향하는 자동차의 시동을 걸었다.
정상-장군봉
배바위
배바위에서 본 장군봉
등산길에서 만난 사람들<사진 다운받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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