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의 종가
[스크랩] 펌)이연자 `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
이채진
2007. 5. 8. 17:11
이연자 '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
천년 세월을 사는 종가 사람들
설날이나 추석 차례상 따위를 예법에 따라 제대로 차리는 집이 과연 얼마나 될까? 굳이 보기를 든다면, 가문의 전통을 꽤 중시한다는 종가 정도일 것이다. 핵가족화에 밀려 지금은 많이 퇴색했지만 종가는 예로부터 전통 예절과 법도를 가장 잘 지키고 따르는 '모범 집안'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그 집안의 며느리 처지에서 본다면 종가의 예법은 '죽도록' 일만 해야 하는 족쇄나 다름없고, 여권운동 차원에서는 남성 위주의 고루한 가부장제에 지나지 않는다.
제목 그대로 종가의 생활풍습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이연자(53)씨의 (천년의 삶으로 이어온 종가 이야기)(컬처라인 펴냄)는 갈수록 슬림화되어 가는 핵가족 시대에 역행하는, 얼핏 고리타분한 이야기로 비칠 수 있는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는 천년 세월을 살고 있는 셈이다"는 어느 종손의 말처럼, 오랜 세월 동안 우리 조상들이 어떤 생활문화를 가꾸어 왔는지를 종가에서 직접 살고 있는 종손과 종부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목소리를 잠재울 만한 미덕을 갖췄다고 평가할 만하다. 지난 2년여 동안 전국에 흩어져있는 종가 열일곱 군데를 탐방 취재한 지은이의 눈에는 각 종가들의 다양한 제례의식은 물론 내림음식, 전통복식, 종가의 역사와 내력, 종부들의 삶 등이 자체로 하나의 귀중한 문화자산처럼 보였을 법하다.
다도 등 전통 예법에 천착해온 지은이가 가장 관심을 둔 부분은 가가례(家家禮)라고 하는, 집안에 따라 저마다 다른 예법이었다. 대부분의 종가에서 출생의례라 하여 지금처럼 자녀의 생일을 챙겼으나 영월 신씨 종가처럼 자녀들이 음식을 준비해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풍습도 있었다. 할아버지가 머리를 얹어주었다는 거창의 초계 정씨 14대 종부의 성인의례 이야기와 60년을 함께 산 부부가 치른다는 회혼례를 출판기념회로 대신했다는 강진 김씨 소고당 부부의 멋스러운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물론 제사의례는 종가가 가장 중히 여기는 예법이었다.
종가 사람들이 누렸던 멋과 서정, 그리고 선비정신도 놓칠 수 없는 대목이다. 제례에 직접 재배한 차를 올리는 해남 윤씨 고산 윤선도의 종가, 영남 문필가들의 사랑채 구실을 했던 안동 권씨 종가 등에서는 옛 선인들의 향취가 그대로 전해진다. 조상의 날을 정해 4대조의 제사를 같은 날에 지내는 밀양 박씨 하천 종가의 사례에서 변화하는 종가의 현주소를 읽을 수 있다.
이 책은 무엇보다 종가들의 고택과 생활문화가 200여 장의 원색 사진에 차곡차곡 담겨져 책갈피마다 살아 숨쉬는 듯한 생생한 맛이 있어 좋다.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종가들의 내림음식을 만드는 과정도 글의 단락마다 자세히 소개해 책을 읽는 맛깔을 더했다.
좀처럼 열지 않는다던 종가의 사당문을 열게 하고, 종손과 종부의 절하는 모습을 일일이 사진에 담고, 때도 아닌 제례음식을 만들도록 하는 데 지은이의 다리품과 예를 다한 깍듯한 큰 절이 큰 몫을 했음은 물론이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한 겨 레] 2001-01-19 (문화) 뉴스 33 면 04 판 1474자
출처 : 성씨문화원
글쓴이 : ccheong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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